여행기 · 2026-06-22

시비 제막식부터 감동의 낭송까지… '시와 음악을 노래하자' 증평을 흠뻑 적시다(제7회 문학관 기념행사)

시낭송하는 뒷 영상은 시노래와 영상이다/ 저기서 나의 낭송과 딱 맞게 끝낸 시낭송

이순이 시인의 시비제막

무대 위로 오르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웠다.

증평 소월 경암문학관에서 열린 뜻깊은 문학 축제

그 화려한 막을 여는 오프닝 시낭송을 맡아 무대에 섰지만

가슴 한편에는 지울 수 없는 서늘하고 무거운 공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조명이 켜지고 마이크 앞에 서서 첫 시어를 내뱉는 순간

낭송의 선율은 문화예술관의 공간을 타고 고요하게, 그리고 애틋하게 흘러갔다.

객석을 메운 수많은 사람들의 숨죽인 시선 속에서

시를 읊어 내려가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객석의 빈자리 하나를 맴돌았다.

이 눈부신 행사를 위해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 밤낮없이 준비하셨던 이사장님의 자리였다.

행사를 목전에 두고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덜컹 내려앉았던 마음이

조명 아래 무대 위에서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맨 위 사진은 증평군수님이 직접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마땅히 함께 기뻐하고 서로의 손을 굳게 맞잡으며

문학의 향기를 나누어야 할

이 벅찬 공간에 그분이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시를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 끝에 짙은 떨림과 아쉬움으로 묻어났다.

그날의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해 알리고

이어진 합동 시낭송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인기 속에

화려하게 진행될수록 내면의 헛헛함은 역설적이게도 더욱 짙어졌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사람들의 환한 미소들 속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풍성한 축제의 결실을

이사장님과 함께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가슴을 쳤다.

평소 소월 경암문학관을 향한 그분의 따뜻한 애정과 헌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주인을 잃은 빈자리가 유독 크고 시리게만 다가왔다.

맨 위 김소월 초판본 시집이 약 2억 가까운 금액에 낙찰을 받았다(보관된 문학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오늘 이곳 증평의 밤하늘에 메아리친

수많은 시어들이 병상에 계신 이사장님께 온전히 가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학이 가진 위로와 치유의 힘이

그분께 전해져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고

다시금 우리 곁에서 환한 미소로 함께하시기를

가슴 한구석의 무거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토해낸

오늘의 시낭송은, 온전히 이사장님의 쾌유를 비는

나의 가장 간절한 기도이자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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