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배 한 척, 밀물이 될 때 -석해균 싸인회-배 한 척, 밀물이 될 때 -석해균 싸인회- 속눈썹을 유리 화면에 걸어 둔 아이들 65인치 바다에서 멈추지 않는 춤 방게들이 갯벌로 차오른다 눈동자마다 잔물결이 일고 둥글게 휘어진 줄이 발끝을 맞추는 부스 앞에서 포개진 그림자들 연필 끝이 책장에 걸리…물길에 얹는 기도종이를 접고 심지를 세우는 손끝마다 이름 하나씩 눌러 담는다 ​ 유등 사이로 새어 나온 등불 하나 물 위에 얹는 손끝이 켜는 일보다 더 떨린다 잡히지 않는 물결은 제 몸을 뒤척이다 마주한 두 숨을 얹을 때 등불도 흔들린다 그을음이 번…십리 사탕 / 박서현“시장 가는데 뭐 묵고 싶노” 식당 주인의 말에 내 안에서 어머니가 왈칵 쏟아졌다 ​ 새벽 일찍 지워지지 않은 흙 손으로 마늘 두어 단 머리에 이고 장터로 가시던 길 이슬을 가르며 우리들 밝히려 던 그 발걸음마다 먼동이 묻어 있었…그늘 한 뿌리(2)그늘 한 뿌리 /박서현 볏짚 덧댄 지붕 앞마당에 감자 한 알 심었네 문고리 삐걱이는 작은 방 안 연두가 오글거렸지 책 한 권씩 꺼내 소지 올리며 달집에 빌던 한 뿌리 그늘의 손금 일곱 무늬를 지문마다 새겼네 오래 묵은 방 일곱 손가락은 장난감에 구겨 …안개의 강박서현 ​ ​ 풀잎이 노랗게 쓰러졌다 부러진 팔목을 움켜잡고 신음이 응급실로 달렸다 하나,두울... 모든 다짐 사라지고 나는 안개의 강을 건넜다 뼈마디 덮은 살가죽은 버선목에 실뿌리를 걸어 단단히 깁고 있을 때 먼 데서 안개를 더듬어 숨을 …새벽을 깨우는 노래- 경암 동인회에 부쳐​ 큰 나무 한 그루 글밭에 우뚝 섰다. 그늘을 좇아 모여든 날갯짓은 속눈썹을 깨우며 새벽을 밝힌다. 휘어진 숲은 붓끝을 벼리고 가지 끝 올라앉은 자음 모음이 여물어 갈 때 눈동자마다 빛이 스민다 진액이 차오르는 나이테 틈새로 무늬를 읽고 한 글자 두…안으로, 더 안으로/ 박서현​ 산을 훌쩍 덮어버렸다 연두 보자기가 겹겹의 안쪽으로 한 발짝씩 몸을 낮춘 초록은 비보잉 튕겨 오르는 발끝으로 온음표를 그린다 딱따구리 한 마리 쪼아내는 묵은 문장 나뭇잎에 걸터앉아 목젖이 파랗도록 오선지를 뽑아 올릴 때 숲은 안으로, 더 안으로 젖…껌종이의 강 / 박서현​ 햇살 떠밀려 오는 화랑 바다와 새끼손가락 걸었던 중섭이 있었다 마른기침 몰아쉬는 구상과 그가 마주 앉아 강을 읽는 집 관수재 툇마루가 흐르는 물길 끝내 건너지 못한 가족의 그리움을 은박지에 구겨 담고 연기에 찌든 가난을 그려 넣었다 온 힘으로 덧칠…횃불이 된 이름​ ​ 어둠이 물러간 자리 횃불이 된 이름, 석해균 아덴만 해역 해적에게 붙들린 삼호주얼리호 언어가 다른 스물한 명의 숨소리를 제 손바닥 아래 꾹꾹 눌러 담았다 짙푸른 파도의 두드림은 뼈마디마다 울려왔다 소금 바람이 살을 에는 밤에도 숨이 턱밑까지 차…단장 박물관​ 그 산 아래 박물관이 생긴다면 입구는 커다란 된장 항아리처럼 만들자 좁은 옹기에 갇혀 숨 죽여야 했던 딸 타들어 가던 어미의 등짝을 맨 앞에 세워두자 때 절은 군복의 산도둑 보리쌀 단지을 따글따글 긁고 꾸득하게 말린 생선마저 훔쳐 가던…나는 가끔 나를/페러디 시나는 가끔 나를 ​ 주머니로 생각한다 ​ 닿을 듯 닿지 않은 기억을 더듬으면 갱도가 무너져 내린다 ​ 산은 아직도 텅 빈 소리로 서 있다 ​ 할부지 할부지 때 아연 바닥은 붉게 긁히고 갱도마다 바람만 남아 입 다문 박쥐 몇 마리 검게 탄 벽을 친다 ​…나선의 하늘길​ 허리를 감아 올렸다 추위를 뚫고 엉덩이로 밀어 올린 등껍질에서 팔꿈치가 붉어진 어미 달팽이 하늘길 오르면 어깻죽지와 등허리 사이 알몸으로 미끈거리고 계단을 오를 때 눈을 찌른 가파른 플래시가 점액을 말리는. 해시태그 인증샷이 서로의 …200그램의 잔상숨이 멎었어.두 눈을 뜬 채로 ​ 마른 입술만 달싹이며 숫자 65퍼센트가 100퍼센트에 채울 수 있을까 파란 등이 켜지다 꺼졌던 폰 0으로 뭉개질까 봐 자취마저 사라질까 봐 허물어진 24시에 귀를 댔어 ​ 초침이 떨리는 어둠 너를 껴…연록의 실타래​ 창을 접으면 어둠이 헤엄친다 ​ 언어를 가라앉히는 서툰 손가락이 수만 갈래 길로 미끄러지고 ​ 먼저 깨어나 조각 틈새로 스며드는 알고리즘 뚜껑을 닫는 순간, 사라진다 ​ 실타래의 숲 연록의 나목들이 다시 몸을 일으킬 때 낮은 불빛은 …두 번째 뿌리(페러디 시) ​ 잎이 누렇다 ​ 베란다 화분 들깨 한 포기 살다간 자리 뒤늦게 호박고구마가 뿌리 내렸다 ​ 동글한 어깨로 다리를 뻗어 올리던 초록의 체온 ​ 어둠이 스며들 때마다 마른 줄기 틈에서 꺾인 무릎이 드러난다 ​ 연골을 갈아 끼…초판본 씨알​ ​ 여름 내내 시가 산자락을 쫀다 ​ 나목 사이 개여울로 흐르는 문장이 낱자의 부리로 빈 터를 찾아든다 ​ 연못 속 빛살 솟더니 진달래 동산에 불을 지필 참이다 ​ 저녁이 뒷걸음치는 날 빛을 움켜 쥔 수레국화는 산그림자 끝에서 보랏빛 …가을아, 오늘을 연주해 줘​ ​ 축제를 그려 줘 ​ 그러니까 가을아 오늘이 뒤집어지면 좋겠어 ​ 다람쥐 앞니로 기타줄 끊어 먹은 첫 음을 기억해 나뭇가지에 귀를 걸어 새총을 쏘았던 토끼 뒤에서 너구리는 발바닥으로 드럼을 쳤지 심벌즈를 모자처럼 뒤집어…어둠의 터널 밖으로​ 3분 만에 뒤집혔다. ​ "여기 왜 왔어? 네가 훔친 건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청소년 비행 전문 판사였다. 형광등은 내 손톱 밑 찌든 때까지 남김없이 드러냈다. ​ 벽에 기댄 채 담배 연기가…제상보를 헹구다/박서현​ 제상보를 헹구다 ​ 지도를 거품이 갉아 먹었다 ​ 석 달 전 모셨던 제사상 기름기 누렇게 번져 간 제상보를 씻었다 ​ 물에 불렸더니 어머니의 어머니 이야기가 소용돌이쳤다 ​ 여름 한 철을 지나 다시 문턱을 넘었다 아래채 제기 위에 까슬까슬한 기억을…서풍객-뱀을 부르는 도사서풍객 ​ 서쪽에서 불어오는 핏줄이 붉게 포개져 있다 ​ 심장에 침끝을 꽂는 바람의 객 ​ 뱀을 부르는 소문이 삼각산 머리 사이로 기어가고 충혈된 눈을 앞세운 시골 버스는 숨통 조여오던 뱀의 독을 실어 나른다 ​ 산초 열매 속 은전 비칠 때 혀에 갇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