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날아온 황새 봉순이의 고향, 초봄의 쑥향과 생명력이 가득한 화포천 습지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메마른 겨울을 뚫고 뾰족하게 고개를 내민 쑥들이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1. 봉순이가 사랑한 화포천의 시작
경남 10선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단순히 넓은 습지가 아닙니다. 2012년 일본에서 태어나 발찌 'J0051'을 차고 날아온 황새 봉순이가 처음 정착하며 멸종된 황새였는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곳이죠. 봉순이가 이곳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당시 탐색자들에 의해 발견된 봉순이는 일본과 이곳을 자유롭게 오가며 국경 없는 생태 통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지금은 일본에서 가정을 꾸려 손주까지 둔 할머니가 되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봉순이는 오지 못해도 그 후예들이 여전히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2. 운동장 370개 규모의 압도적 생태계
화포천 습지는 축구장 370여 개를 합쳐놓은 듯한 광활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길을 걷다 보니 벚나무 봉오리들이 물길을 한껏 올리며 곧 터질 듯한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발밑에는 생명력 강한 쑥들이 솟아올라 초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고 있었습니다.
이 넓은 습지에는 황새들의 든든한 먹이인 드렁허리와 미꾸라지가 가득합니다. 특히 친환경 농법으로 관리되는 주변 농경지 덕분에 황새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것이죠. 봉순이가 왜 그토록 이곳을 고집했는지, 직접 걸어보니 그 넉넉한 품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3. 생태학습관에서 만나는 자연의 지혜
습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생태학습관에서는 화포천의 역사와 서식 동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퇴임 후 직접 정화 활동에 힘쓰셨던 사진들을 보니, 이곳이 지금의 청정함을 유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봉순이의 이동 경로를 살펴보며 사라져갔던 삵도 수달도 돌아왔습니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이며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배우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인공 둥지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새들의 날갯짓을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진정한 휴식을 경험하게 됩니다.
4. 화포천의 불청객, 뉴트리아와의 조우
평화로운 습지 한쪽에서 낯선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바로 생태계 교란종인 뉴트리아였는데요. 실제로 마주하니 생각보다 큰 덩치에 쥐를 닮은 험상궂은 외모가 꽤나 위협적이었습니다. 사람을 보고도 겁을 내기는커녕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에 당혹스러움이 앞섰습니다.
화포천으로 돌아 온 생태계
이 외래종들은 습지 속 이로운 우리 토종 동식물들을 닥치는 대로 해치며 화포천의 건강한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마리당 포상금을 걸고 포획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습지지만, 우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실감한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