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잔도
"바람이 가을을 스친다”
본문중에서
창원에서 밀양으로 찾아가 자주 걸었던 산성산
활성동을 잇는 교량공사 이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니
반가운 일이다
밀양의 핫플레이스에 전혀
손색이 없는 장소이기에 무척 기뻤다
활성동 교량 아래 차를 세워 놓고 바라보는데
참 많은 변화가 한 눈에 보였다
예전에 교량 근처에 민물횟집이 즐비했고
그곳에서 쌉싸름하고
매콤한 민물초장으로 상추에 회를 싸서 찍어 먹었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세월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상가들은 손님의 발걸음이 끊어지면서 폐가가 되었다
어느 날 공사중이라는 표지가 섰더니
헝겊 조각같은 집들이 철거되고 옛 자취는 찾을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그 어느 곳에도 발전을 거듭하는 과장의 현실을 외면 할 수 없다
용두산 생태공원 잔도길에서 청정을 걷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이어갔다.
숲의 냄새가 진하게 번져 왔다.
달팽이 전망대를 약간 벗어나면 일반 전망대가 정겹다
그곳에 오르면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지나칠 수 없다
쉼 호흡을 하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민자 고속도로가 이어지는 곳이라
대구 부산방향을 오가는 차량들이 바삐 미끄러진다
수채화 처럼 펼펴진 대구 부산간 고속도로
크고 작은 나무 사이로
운동기구들이 드문드문 나타났고
지나는 길에는 김소월 〈산유화〉, 류시화 〈나무의 시〉윤동주 〈산장〉의 시가 걸려 있었다.
한편 한편의 시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정화 시킨다
마치 숲의 말 대신 시로 말을 건네는 순간이었다.
나는 시를 읽듯
평온한 마음으로 숲을 걸었다.
아침까지 비가 왔으니 내딛는 발자국마다
촉촉함과 청정함이 가을을 훔치고
도회의 복잡한 마음은 어느새 날려버렸다.
500계단 앞에서 멈춘 숨
산성산 500계단
본문 중에서
한참을 그렇게 걷다 보니
산성산 500계단 ‘’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계단을 올려다보는 순간
다리가 먼저 후들거렸다.
이 길을 여러 번 올랐지만
그 계단 앞에만 서면 언제나 겸손해진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계단이 두렵다는 건
아직 내 안에 넘지 못한 벽이 있다는 뜻임을
숨을 고르고 발을 디뎠다.
계단 하나하나가 내 안의 생각을 다듬는 숫자 같았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점점 가쁜 숨소리가 커져가고
몸에서는 전신에 자작한 땀방울을 만들어낸다
가을 냄새가 나뭇가지 사이로 번져 오고
바람은 시원하게 등을 토닥였다.
산새의 울음은 재잘되는 음악이었다.
몇 번을 쉬었다가 다시 걸었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드디어 정상에 닿았다.
높이 387미터의 정상을 오르는 동안 수십배의 높이를 오르기라도 한듯
힘들었지만 오를 수 있음에 감사했다.
💦 정상에서 마주한 맑은 하늘
땀은 온몸을 적셨지만
마음은 맑은 가을로 가득찼다.
하늘은 구름 속에서 튕겨나온 유리처럼 투명했다.
산불조심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근무자가 보이지 않은 것을 보면
11월 시작되는
산불 근무 기간이 시작되지 않은 모양이다
저 가파른 450계단 까지 왔으니
나머지 50계단만 오르면 평길로 이어지면서 정상석을 만날 수 있다
멀리 밀양의 산과 강
그리고 그 안에 고요히 숨 쉬는 마을들
그 모든 것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번져 있었다.
저 평온한 풍경 또한
바람의 결이 함께 그려낸 풍경이었다.
“쉬어간다”는 건 멈추는 게 아니라
본문 중에서
그때 나는 깨달았다.
“쉬어간다”는 건 멈추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일이라는 것.
☕ 커피 한 잔, 그리고 밀감의 향
배낭 속에서 커피 한 잔을 꺼냈다.
따뜻한 향이 손끝에서 피어오르고
싱싱한 제주 밀감 껍질을
벗기는 동안 햇살이 어깨 위에서 토닥였다.
그 달콤한 순간은 세상의 어떤 위로보다 깊었다.
정상석 뒷면이다
정상석은 언제나 꼭짓점이다
마음을 모아 내가 정상을 오를 수 있다는
내 몸에게 감사함은 놓지 않고 기도한다
수고했다는 속삭임이 어디선가 들려왔다
바람의 다독임이었다
햇살은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음이온이 내딛는 발자국마다 숲이 흔들릴 때마다 상큼발랄였다
숲의 향은 오래된 친구다.
나는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내가 걸을 수 있고
산을 오를 수 있음에 진실로 감사하며 새로운 하루를 또 맞는다
밀양의 핫플레이스 구간을 걸는 동안
혼 산행이었지만 10월의 중반은 행복했다
이 아름다운 경관을
수많은 사람들이 마르고 닳도록 애용하고
행복나눔의
충분한 한 알 힐링제가 되기를 두 손 모은다
여행 한 줄평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오르는 마음은 매번 새롭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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