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즐거움을 만끽한 후
포만감을 달래기 위해 발길을 옮긴 곳은 마산 봉암동의 숨은 보석, 봉암수원지였다.
이번 트레킹은 약 6.7km
두 시간 남짓 이어지는 여정으로, 번잡한 도시의 소음을 등지고
고요한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창원시보 편집위원이자 작가로서 이 길을 걷는 것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대지 위에 쓰인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는 작업과도 같았다.
수원지로 향하는 초입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다 보면 이내 눈앞에 드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1928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곳은
이제 창원의 소중한 생태 공원이 되어 시민들의 숨구멍 역할을 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돌탑들이다.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이 깃든 그 탑들은 수원지의 푸른 물빛과 어우러져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이번 트레킹에서 발길을 붙잡은 것은 길목마다 세워진 시비(詩碑)들이었다.
윤동주의 ‘간판 없는 거리’, 이육사의 ‘절정’, 그리고 한용운의 ‘나의 꿈’까지.
20년 차 문인으로서 마주하는 이 시구들은 겨울바람보다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인가 보다”라고 읊조렸던 이육사의 외침이
살짝 얼어붙은 수원지의 수면 위로 겹쳐 보였다.
자연 속에서 문학을 만나는 것은 트레커에게 허락된 최고의 사치였다.
수원지 중심부에 다다르면
팔각정인 '봉수정(鳳水亭)'이 위용을 드러낸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정자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본다.
산 그림자가 깊게 잠긴 물결은 거울처럼 맑고
멀리 보이는 팔룡산과 춘산의 능선은 포근하게 수원지를 감싸 안고 있다.
사진 속에 담긴 둥근 물통 위의 살얼음은 이 계절이 가진 차가우면서도 투명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길을 걷다 마주한 ‘붉은귀거북 방생 금지’ 안내판은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적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곧 우리 문학의 뿌리이기도 하기에
외래종으로부터 토종 생태계를 지키자는 메시지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6.7km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은 풍요로운 문장들로 채워졌다.
맛집 탐방으로 시작해 시의 문장으로 끝맺음한
이번 봉암수원지 트레킹은, 일상의 여백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채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겨울의 끝자락, 고독하면서도 따스한 산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길을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