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사진
늦여름의 녹음이 짙어가던 지난 8월 30일, 청도면 향우회(회장 김창온)의 연례행사인 ‘지리산 계곡 여름놀이’를 위해 세 대의 대형 버스가 출발했다. 80세를 훌쩍 넘긴 최고령 선배님부터 풋풋한 후배들까지 123명의 향우가 함께한 길, 버스 안은 출발과 동시에 정겨운 고향 사투리와 웃음꽃으로 가득 찼다.
특히 이번 행사는 동기인 김창온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리 동기회 17명이 대거 동참하며 한층 더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오랜 세월 쌓아온 우정으로 회장의 어깨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동기들의 모습은 향우회 전체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덥히는 훈훈한 기폭제가 되었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달리는 차 안, 마이크를 잡은 김정식 사무국장이 향우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바로 필자인 내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성황리에 마친 북페어와 석선장 사인회 소식이었다. 특히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고향 이야기를 담아 세계적인 플랫폼인 아마존 청소년 문학 분야 입점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차 안에서는 자랑스러움이 담긴 큰 박수가 쏟아졌다.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고령으로 자리를 빛내주신 80세를 훌쩍 넘긴 김○○ 대선배님께서 뜻밖의 생생한 비화를 들려주신 것이다. “당시 삼호주얼리호에서 석 선장을 극적으로 구출해 낸 청해부대장 역시 우리 밀양 사람”이라는 귀한 증언이었다.
역사의 현장을 지켜낸 주역이 같은 밀양 출신이라는 사실에 차 안에 있던 123명의 향우 모두가 탄성을 터뜨렸다. 아마존 입점을 앞두고 원고의 완성을 위해 고심하던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가슴 벅차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선배님의 애정 어린 한마디가 수면 아래 묻혀 있던 역사의 귀한 퍼즐을 맞춰준 것이다.
야유회를 마치고 돌아온 이튿날, 전해 받은 연락처로 해당 지휘관과 직접 전화 통화가 닿았다. 멀리 계신 지휘관은 흔쾌히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생생한 육필 자료를 메일로 발송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얼마나 대단하고 가슴 뛰는 일인가. 고향 선배님의 따스한 관심 덕분에 집필 중인 책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귀중한 이야기를 한 꼭지 오롯이 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리산 계곡의 맑은 물과 수려한 풍광 속에서 나눈 이번 만남은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고향 사람들이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준 진정한 화합의 장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선후배들의 따스한 눈빛과 격려 속에서 필자 역시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커다란 힘을 얻었다.
김창온 회장은 “동기들의 든든한 응원과 선후배님들의 깊은 배려 덕분에 그 어느 해보다 뜻깊은 여름놀이가 되었다”며 “함께해주신 123명의 향우 모두가 늘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고향의 정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피어난 따뜻한 정과 지리산 계곡에 울려 퍼진 123명의 웃음소리는 향우들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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