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과 남천강 물소리가 빚어낸 가을의 서정 —
푸른 강물 곁으로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밀양 시민들의
오랜 안식처인 밀양송림이
한 폭의 거대한 시집으로 변모했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남천강을 배경 삼아
높게 뻗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제45회 밀양예술제 밀양문인협회 시화전’이 펼쳐졌습니다.
빼어난 자연경관 덕분에
평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솔숲 산책로 난간마다
시인들의 고운 숨결과 회화적 감성이 담긴
시화들이 정성스레 내걸려
산책객들을 따스하게 맞이합니다.
가을 햇살이 솔가지 틈으로 부서지는
숲길을 걷다 보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시어(詩語) 앞에서
멈춰 섭니다.
김홍도의 풍속화와 어우러진
석수현 시인의 「장도리」는
불가마 속 쇳물의 뜨거운 신열과
삶을 단련하는 경이로운 열정을 전해주고,
푸른 보리밭의 정경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김혜영 시인의 「청보리」는
유년의 봄날과 보릿고개의 순수했던 추억을
아련하게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김소월의 시혼을 길어 올린
박서현 시인의 「초판본 씨알」은
온 산에 진달래꽃 불을 터뜨리듯
문학의 깊은 울림을 전하며
솔숲의 정취를 더욱 그윽하게 물들입니다.
이번 시화전의 가장 큰 미덕은
문학이 전시실이라는 닫힌 공간을 벗어나,
시민들의 일상과 자연 속으로
스며들었다는 점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은
남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과
솔숲의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시 한 편을 음미합니다.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다정하게 길을 걷는 부부,
이웃과 담소를 나누던 주민들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활자 속에 담긴
삶의 희로애락을 나눕니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
시는 더 이상 낯선 문학작품이 아니라,
일상을 위로하고
삶을 다독여주는 따스한 온기가 됩니다.
솔바람 소리와
남천강의 맑은 물결,
그리고 밀양 문인들의
정갈한 시화가 빚어낸 이번 전시는
깊어가는 가을날
밀양 시민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낭만과 깊은 여운을 선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