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선장님과 함께한 눈부신 오후)
7월의 어느 눈부신 날, 경남문인협회의 문학 축제 여운을 안고
부산 화명 생태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더없이 싱그러웠습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바람은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었고
함께한 최경화 시인님과 박순희 시인님의 들뜬 마음은 이미 도착지도 않은 캠핑장에 가 닿아 있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자 드넓은 강변의 초원 위로
마치 숲속에 내려앉은 버섯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캠프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그 풍경은 마치 세상의 모든 소란함이 멈춘
평화로운 안식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선장님의 일상은 화려한 영웅의 휘장 대신
너무나 소박하고 아름다운 '평범함'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사모님께서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미리 돌솥을 걸어 고슬고슬한 쌀밥을 짓고 계셨습니다.
갓 지은 밥 내음이 강바람을 타고
캠핑장 가득 퍼져 나갈 때
군침을 돌게 하는 오징어를 둥글게 잘라 삶아 만든
정갈한 조림이 밥상에 올랐습니다.
비록 캠핑장의 간소한 공간이었으나
그 밥상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달콤했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하늘이 이 귀한 만남을 축복이라도 하듯
서울에 있는 아드님의 정성까지 더해졌습니다.
부모님의 평화로운 휴식을 응원하며 배달시켜 보낸
바삭한 닭강정과 굵은 새우튀김은
세대와 거리를 뛰어넘는 가족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노을이 강물 위로 금빛 가루를 뿌리며 내려앉는 시간
캠핑장에도 이렇게 편리하게 배달이 오는 풍요로운 시대를 실감하며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어떤 위로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에
두 문인의 헌시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밀양문협 고문이신 최경화 시인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때로는 깊은 진심을 담아 선장님의 대단한 생애를 기리는 시를
깊은 고개 숙임으로 낭독했습니다.
박순희 시인의 진정 어린 낭독은
강변의 저녁 공기를 경건하고 푸르게 물들였습니다.
그때
옆 텐트에서 휴가를 나온 청년을 만난 것은
우연이 빚은 기적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5인의 기념사진을 부탁하며 "혹시 석해균 선장님을 아시느냐"고 물었을 때
청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예를 표했습니다.
군 복무 시절 아덴만 작전을 교육받았던 청년의 가슴은
영웅을 눈앞에 마주했다는 감격으로 힘차게 뛰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도
뜨거운 무언가가 차올랐습니다.
텐트로 돌아가는 청년의 뒷모습은 노을빛을 받아 더없이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석해균 선장님은 여전히 통증을 안고 살아가십니다.
그러나 강변의 맑은 하늘 아래서 그가 보여주는 평화로운 미소는
고통을 이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한 빛을 띠고 있습니다.
비록 거친 바다를 지났으나
이제는 대지 위에서 다정한 캠퍼로 살아가는 선장님
그날 우리가 나눈 것은 맛있는 저녁 한 끼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법과
매일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의 경이로움이었습니다.
아마존에 입점할 이 책 속에
선장님의 영웅적인 과거와 오늘날의 이 평화로운
캠핑 풍경이 오롯이 담기기를
그리고 선장님의 건강이 저 푸른 하늘처럼 맑고 견고하게
다져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금은보화보다 더 귀했던 그 날의 시간은
앞으로도 제 글쓰기의 가장 큰 동력이자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