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2026-03-16

나는 가끔 나를/페러디 시

나는 가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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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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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듯 닿지 않은 기억을 더듬으면

갱도가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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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아직도

텅 빈 소리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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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지 할부지 때

아연 바닥은 붉게 긁히고

갱도마다 바람만 남아

입 다문

박쥐 몇 마리 검게 탄 벽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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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따라 싸립문 열린다

채반과 삼태기 너머

손등을 감싸던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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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릿대는

서로의 시간을 엮고

채반에 담긴 고구마는 허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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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질러지던 옛마을

플라스틱소쿠리 안에서 손이 빙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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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으로 밀려나

숨 죽인 어렝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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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진 주머니 사이로

싸리꽃대가 설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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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린 기억의 갱도를 더듬으며, 잊혀가는 밀양 국동마을의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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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싹쓸이 당한 아연광산, 껍질만 남은 침묵

밀양 단장면 국동마을에는 한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아연광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그들은 이 땅의 보물을 싹쓸이해갔고, 우리에게 남은 건 텅 빈 껍질뿐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붉게 긁혔던 아연 바닥은 이제 차가운 바람만이 머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검게 탄 벽에는 입 다문 박쥐들만이 쓸쓸하게 남은 이 폐광은, 화려했던 과거 대신 아픈 역사의 증인이 되어 서 있습니다. 산은 여전히 텅 빈 소리로 서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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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족의 생계를 잇던 싸릿대의 땀방울

광산이 멈춘 후, 마을 사람들은 싸릿대에 의지해 삶을 이어갔습니다. 거친 손등을 감싸던 그 장날의 온기, 싸릿대는 서로의 시간을 촘촘하게 엮어 소쿠리와 어렝이(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무거운 싸리공예품을 시장에 내다 팔아 자식들을 키우고, 허기를 채웠습니다.

채반에 담긴 고구마는 따스한 위로였고, 사립문을 열 때마다 들리던 싸릿대 엮는 소리는 희망의 노래였습니다. 비록 육체는 힘들었지만, 싸릿대 소쿠리 안에는 가족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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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라스틱에 밀려난 온기, 헤진 주머니의 싸리꽃

하지만 편리함을 앞세운 플라스틱소쿠리의 등장은 싸리공예의 몰락을 가져왔습니다. 가볍고 질긴 플라스틱 안에서 사람들의 손은 빙글거렸고, 묵직했던 싸릿대 어렝이들은 숨 죽인 채 한쪽 벽으로 밀려났습니다. 시 속의 플라스틱 소쿠리는 단순히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잊혀가는 전통과 온기에 대한 상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헤진 주머니 사이로 설비치는 '싸리꽃대'를 놓치지 않습니다. 낡고 잊힌 것들이 가졌던 생명력과 온기, 그것은 비록 상처 입었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 한구석에 남아 피어나는 희망의 꽃입니다. 밀양 국동마을의 역사처럼, 우리의 삶도 헤진 주머니 속 싸리꽃처럼 다시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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