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2026-03-25

단장 박물관

단장 박물관

그 산 아래 박물관이 생긴다면

입구는 커다란 된장 항아리처럼 만들자

좁은 옹기에 갇혀

숨 죽여야 했던 딸

타들어 가던 어미의 등짝을

맨 앞에 세워두자

때 절은 군복의 산도둑

보리쌀 단지을 따글따글 긁고

꾸득하게 말린 생선마저 훔쳐 가던

밤의 행패를 진열장마다 늘어놓자

사립문 밀고 들어와

"신발 사놓아라"

밀어붙이던 그 총구

삽짝 앞

어미 소의 눈물이 구유에 고이던 날

신불산 꼭대기엔

끌려간 가축들의 뼈가 수북했으니

단지에 울음을 접어

엎드린 이 있었다면

끝내 한 출구로 나가게 될 테니까

총소리는 메아리가 되고

산의 맥박은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되었다

사라진 자의 숨을 기억하는 이 스민 실제 이야기

단장천의 얼굴들

우리가 진열 할 수 있다면.

​

(이형초 디아스포라 페러디 시)

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