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박물관
그 산 아래 박물관이 생긴다면
입구는 커다란 된장 항아리처럼 만들자
좁은 옹기에 갇혀
숨 죽여야 했던 딸
타들어 가던 어미의 등짝을
맨 앞에 세워두자
때 절은 군복의 산도둑
보리쌀 단지을 따글따글 긁고
꾸득하게 말린 생선마저 훔쳐 가던
밤의 행패를 진열장마다 늘어놓자
사립문 밀고 들어와
"신발 사놓아라"
밀어붙이던 그 총구
삽짝 앞
어미 소의 눈물이 구유에 고이던 날
신불산 꼭대기엔
끌려간 가축들의 뼈가 수북했으니
단지에 울음을 접어
엎드린 이 있었다면
끝내 한 출구로 나가게 될 테니까
총소리는 메아리가 되고
산의 맥박은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되었다
사라진 자의 숨을 기억하는 이 스민 실제 이야기
단장천의 얼굴들
우리가 진열 할 수 있다면.
(이형초 디아스포라 페러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