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 2025-10-11

제44회 밀양예술제, 밀양문인협회 시화전

#시화전 #가을하늘 #문학의향연

삼문동 솔밭에 피어난 시의 향연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높고 푸른 날

제44회 밀양예술제의 일환으로 열린

밀양문인협회 시화전이

문동 솔밭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아래 시는 의성을 지나 안동 객주문학관 문학기행에서 느꼈던 내용이다

(산불이 그 산들을 모두 태워 버렸고, 내 친구의 시댁도 형체없이 사라진 가슴 아픈 사연을 썼다)

검은 손/박서현

잔가지에 겹겹 봄들이 부딪쳤어

햇살을 들이키며 감꽃 피어났을까

시골장 이야기꾼의

시간과 시간을 덧댔어

창문을 열고 객주를 모셔올 즈음

구불길이 콜록거렸어

안동을 지나는데 어둠이 몰려왔어

타들어 간 마늘냄새

간고등어가 그을린 불냄새

하회탈은 연신 잔기침을 토해냈어

불 꺼진 둥지에서

어머니 땅 꺼지는 소리

그을음이 나의 목울대를 막았어

​

재만 남기고

형체조차 지운 검은손

옆구리에 라일락을 심어야 해, 한 숨 쉬어 가도록

안팎이 뒤섞이던 잿더미에 표정이 없었어

산, 산이 푸르도록 빈 페이지 하나 연필 끝에 남겨야겠어

박서현 자작 시

신비 브릭스

신비 브릭스 /박서현

​

별빛을 부르던 원두막

복숭아 밭

숨죽인 예감은

서리꾼 발자국이었다

몰래 따먹는

밤하늘 속의 달빛

손에 묻은 가려움과 단물

그녀가 알까

어둠을 심던 개구쟁이의 그 여름

소쿠리에 담긴 복숭아를 가리키며

천도 복숭입니꺼

아입니더, 신품종 신비입니더

무 보고 카이소, 꺼뻑 죽습니더

껍질째 베어 문

신비한 브릭스

17도로 슴벅이는 두 눈

호롱불 깜빡이던 원두막

달콤을 가늠할 수 없었던

한 뼘 할머니의 앞섶

박서현 자작 시

고)김창식 회장님을 그리는 애도 시

한 획의 날갯짓(헌시)

모이를 놓아두었다

​

글 부리를 내미는 새

저마다 다른

​

운동화 끈을 묶으며

숨을 쉴 때마다 연기가 피어 올랐다

“문장 단속 잘하고 가거라

수돗물 잘 잠그고”

마지막 당부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감기려니 했는데

되돌릴 수 없는

저 편 어디쯤

​

덤불 속 글자들은

부리 끝에 매달려 산자락으로 흩어진다

달구어진 스승의 호통은

애기똥풀 노랑 즙액으로 번지고

맨발의 땅거미 앞에서

어둠 속으로 무너져 내리는 날갯짓 한 획

박서현 자작 시

이번 행사는

밀양예총이 주최하고 밀양문협이 주관했으며

가을 햇살 아래 회원들의 시와 그림이

솔바람에 흔들리며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하늘은 청명하다 못해 시릴 만큼 푸르렀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아래

전시된 시화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속삭이며

솔밭을 한 폭의 시화첩으로 만들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안병구 밀양시장이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밀양시의회의장과

시의원들도 자리를 함께하며 문학인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찬찬히 작품들을 둘러보던

안 시장은 문학을 향한 남다른 관심을 드러내며

“이 시화들을

두목 데크길에 걸어두면

수많은 관광객이 밀양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나의 작품만 5편 올렸다

그 말에 문인들의 눈빛도 반짝였다.

몇 달 전 공사 중이던

용두목 데크길이 최근 완공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

새로 조성된 *밀양강 잔도(棧道)*는 계단이 없는

장애 데크길로

천경사 아래 대나무

숲의 운치를

그대로 살린 산책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잔도를 따라 걸으면

산성산의 달팽이 전망대 ‘금시당’까지

이어지는 길이 필름처럼 스쳐간다.

행사에는 소박한 인원의 문협 회원과

시민들이 참여해

한 해의 결실을 나누었다.

​

행사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은 서로의 시화를 감상하며

문학적 교류의 시간을 가졌고

이후에는 따뜻한 식사 자리로

이동해 다시 한 번 문학의 향기를 나누었다.

올해도 이렇게

또 하나의 문학 행사가 저물어 간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밀양문협의 시는

여전히 사람들 마음 속에서 잔잔히 물결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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