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 2025-11-23

늦가을, 밀양 추화산성에서 보낸 하루의 기록

추화산성은 늘 그대로 밀양을 지키고 있다

밀양대공원을 지나 추화산성으로

​

늦가을의 시간

나는 밀양대공원을 거슬러

추화산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높이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운동하기엔 이만한 곳도 없다.

우뚝 서 있는 우주천문대와

잘 다듬어진 공원의 산자락을 지나며

움츠린 단풍잎들이 늦가을의 기운을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서늘한 공기가 폐 깊숙이 내려앉아

하루의 피로를 조금씩 털어내는 듯했다.

밀양대공원내 호수의 아름다움이 가을에 젖다

데크길에서 바라본 풍경의 아름다움

​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오르다 보면 100인의 흉상과 박물관이 내려다보인다.

그 아래로 펼쳐진 저수지 풍경은

가을빛을 머금은 알곡처럼 더 단단하게 빛나 보였다.

이 가을이 몇개나 거슬러 온 풍경

연못 주변에는

들국화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연못 위로 내려앉은 향기는

바람을 타고 고요하게 퍼져나갔다.

벤치 위에는 사람들이

도토리처럼 군데군데 앉아 쉬고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 자연의 일부처럼 평화롭게 느껴졌다.

아리랑길과 쓰리랑 길이 더욱 밀양아리랑을 말하고 있다

달려간 두 곳의 약속

​

사실 오늘의 산행은 혼산행이었지만

그 전에 밀양에서 두 곳의 일을 보고 난 뒤에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동기생 자녀의 결혼식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뷔페에서 식사하고

찻집으로 옮겨 허물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가만히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약 20명 가까이 모인 우리가 어느덧

칠십 가까운 세월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주름살이었지만

순간 모두가

초등시절로 돌아간 듯한 편안하고 허물없는 시간이었다.

군데 군데 역사는 숨 쉬고

또 다른 이별을 지나며

​

두 번째 일정은

밀양문협 회원 박채호 시인의 모친상 조문이었다.

농협예식장에 들러

짧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나오는 길

자연스럽게 추화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누군가의 새로운 출발과

누군가의 마지막 작별이 같은 하루에 공존한다는 건

삶의 무게를 다시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일까

산을 오르는 동안 마음도 한 계단씩 차분히 정리가 되는 듯했다.

추화산성 주변의 풍경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음을 비우다

​

하루의 마지막은

추화산에서의 나만의 운동이었다.

해가 점점 기울며 산을 부드럽게 감싸고

늦가을의 바람은 더없이 잔잔했다.

흠뻑 땀에 젖었지만

마음만큼은 맑게 씻겨 내려갔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산자락에 남아 있는

노란빛과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오늘의 여정을 온전히 품어주었다.

이 시간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따뜻한 잔상으로 남을 것이다.

추화산성 성벽

밀양대공원과 추화산으로 트레킹

여러분들을 모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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