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화산성은 늘 그대로 밀양을 지키고 있다
밀양대공원을 지나 추화산성으로
늦가을의 시간
나는 밀양대공원을 거슬러
추화산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높이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운동하기엔 이만한 곳도 없다.
우뚝 서 있는 우주천문대와
잘 다듬어진 공원의 산자락을 지나며
움츠린 단풍잎들이 늦가을의 기운을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서늘한 공기가 폐 깊숙이 내려앉아
하루의 피로를 조금씩 털어내는 듯했다.
밀양대공원내 호수의 아름다움이 가을에 젖다
데크길에서 바라본 풍경의 아름다움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오르다 보면 100인의 흉상과 박물관이 내려다보인다.
그 아래로 펼쳐진 저수지 풍경은
가을빛을 머금은 알곡처럼 더 단단하게 빛나 보였다.
이 가을이 몇개나 거슬러 온 풍경
연못 주변에는
들국화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연못 위로 내려앉은 향기는
바람을 타고 고요하게 퍼져나갔다.
벤치 위에는 사람들이
도토리처럼 군데군데 앉아 쉬고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 자연의 일부처럼 평화롭게 느껴졌다.
아리랑길과 쓰리랑 길이 더욱 밀양아리랑을 말하고 있다
달려간 두 곳의 약속
사실 오늘의 산행은 혼산행이었지만
그 전에 밀양에서 두 곳의 일을 보고 난 뒤에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동기생 자녀의 결혼식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뷔페에서 식사하고
찻집으로 옮겨 허물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가만히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약 20명 가까이 모인 우리가 어느덧
칠십 가까운 세월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주름살이었지만
순간 모두가
초등시절로 돌아간 듯한 편안하고 허물없는 시간이었다.
군데 군데 역사는 숨 쉬고
또 다른 이별을 지나며
두 번째 일정은
밀양문협 회원 박채호 시인의 모친상 조문이었다.
농협예식장에 들러
짧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나오는 길
자연스럽게 추화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누군가의 새로운 출발과
누군가의 마지막 작별이 같은 하루에 공존한다는 건
삶의 무게를 다시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일까
산을 오르는 동안 마음도 한 계단씩 차분히 정리가 되는 듯했다.
추화산성 주변의 풍경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음을 비우다
하루의 마지막은
추화산에서의 나만의 운동이었다.
해가 점점 기울며 산을 부드럽게 감싸고
늦가을의 바람은 더없이 잔잔했다.
흠뻑 땀에 젖었지만
마음만큼은 맑게 씻겨 내려갔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산자락에 남아 있는
노란빛과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오늘의 여정을 온전히 품어주었다.
이 시간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따뜻한 잔상으로 남을 것이다.
추화산성 성벽
밀양대공원과 추화산으로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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