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일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기쁜 봄비를 뚫고 새벽 5시20분 ktx 열차를 탔다.
김소월 백일장 및 시낭송대회 행사 참석을 위함이었다
오전 9시까지 서울 중구 구민회관이 전국에서 모여든 문학의 열기로 가득 찬다. 오전부터 시작된 ‘전국 김소월 백일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고교생 5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다.
원고지 위를 사각사각 채워 나가는 젊은 문도들의 진지한 눈빛을 보며, 김소월 시낭송협회 회장이자 한 명의 기록자로서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
이 아이들이 써 내려가는 문장 하나하나가 훗날 우리 시대의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라 믿기에, 그들의 펜 끝을 지켜보는 마음이 자못 엄숙해진다.
대회가 한창인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내어 행사장 인근의 평화시장을 찾는다.
휴일이라 상점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그 적막함 속에서 나는 뜻밖의 거대한 존재와 마주한다.
바로 전태일 열사다. ‘전태일 분신 현장’이라고 새겨진 동판 앞에 서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스스로 불꽃이 되었던 청년 전태일. 그가 지키려 했던 인간의 존엄성이 50여 년이 지난 지금, 시를 사랑하고 협회를 이끄는 내 앞에 묵직한 화두로 다가온다.
소월의 시가 우리 민족의 서정을 어루만진다면, 전태일의 외침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시대의 정신을 일깨운다.
부드러운 시어와 뜨거운 외침은 결국 '사람'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사라진다고 믿으며 전국을 누비는 나에게, 평화시장의 닫힌 문과 전태일의 동판은 "시낭송협회장으로서, 작가로서 무엇을 더 기록하고 전할 것인가"를 다시금 묻는 듯하다.
오후에는 분위기를 바꿔 '전국 소월 시낭송 대회'가 이어진다. 이철호 이사장님의 건강이 아물지 않아 협회장으로서 무대 위를 지키며, 전국에서 모인 40여 명의 시낭송가가 뿜어내는 생명력을 마주한다. 시어 하나하나에 숨을 불어넣는 그들의 목소리는 장내를 압도한다.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시상식 시간. 나는 김소월 시낭송협회장의 자격으로 무대 중앙에 선다.
영광의 금상을 차지한 주인공들에게 직접 상패를 전달하는 순간, 그들의 떨리는 손과 벅찬 표정에서 시의 미래를 본다. 시상을 하는 내 손 끝에도 묵직한 감동이 전해진다. 오래 전 나도 이 자리에서 수상을 했던 그 떨렸던, 감동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20년 넘게 문학의 길을 걸어온 선배이자 협회의 수장으로서, 후배 낭송가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그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다. 그들에게 건네는 상패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앞으로 시의 정신을 더 치열하게 지켜달라는 나의 간절한 당부이기도 하다.
소월의 숨결이 머문 백일장 현장부터 전태일의 사명감이 깃든 평화시장, 그리고 직접 대상을 시상하며 마무리한 시낭송 무대까지. 오늘 하루는 나에게 단순한 행사를 넘어선 '문학적 사명'의 시간이다. 협회장으로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시대의 서사와 예술가들의 열정을 다시금 가슴에 새긴다. 이제 나는 기록자로서, 그리고 협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사장되어가는 영웅들의 서사를 발굴하고, 이를 시의 언어와 AI의 기술로 전 세계에 알리는 일에 내 남은 열정을 모두 쏟겠노라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