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2026-03-09

요양원을 드로잉하다 (페러디 시)

k 노인을 돌보는 일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다

내게는 땀방울을 이어가는 내일이고 c 노인은 내가 낯선 얼굴이다 s 노인은 바람 든 마음을 내게 기대고 나는 미래에 눈 감으며 백지에 발자국 디뎌본다 새로운 날의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은 곳에 내가 서 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슬픔 떠안고 철없이 웃는 p 노인이 나를 가두고 스스로 놓친 기억으로 갇힌 나를 즐긴다 낡은 몸이 흔들리면 세상이 흔들린다 손 놓아 버리면 허기지는 내가 그 증거이다 하필 b 노인에게 바람이 노크했을까 시골 살림이 얼음장이 라 손등이 소나무 껍질이다

햇살 쉬어가는 언덕에 따뜻한 봄을 부르다 대문을 끌어당겨도 어쩔 수 없이 피해 가지는 못했을까 이 일이 아니었다면 묵은 이니셜들과 내가 만날 수 있었을까? 들어온 바람을 내보내기 위해 요양원이 오래 건재할 것이다 노인들은 내가 궁금하지 않은 내일을 찾고 있다

나는 어머니의 잊어버린 기억을 드로잉한다 세상 가장 낮은 동안거로 떠나신 거기에서 수액이 돌고 움트는 영혼이 찾아온다면

시인 노트

요양원은 생의 끝자락이자 또 다른 시작점이기도 하다.

어느 날, 나를 바라보던 노인의 눈빛이 오래 남았다.

그 순간을 따라가다 보니, 어머니의 자리로도 닿았다.

이 시는 돌봄의 자리에서 마주한 존재들의 얼굴과, 기억 바깥의 시간들을 따라 그린 스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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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마주한 노인들의 눈빛은 저에게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스케치로 남았습니다. 그 눈빛 끝에 닿아있던 어머니의 자리를 기억하며 오늘도 저는 생의 끝자락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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