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2026-03-10

알밤 가족

알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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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손을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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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는

알밤 가족

내 한쪽 날개가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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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물지 않은 입술을 오물거리던

내 아이의 아이

이름자 쓸 수 있다고

그림으로 만들어 낸 비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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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넘는 걱정 밀쳐두고

한 끼라도 더 챙겨 먹여 보내려고

알밤 가족에게 식사 초대장 보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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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게 별 내린 트리에

눈사람 선물상자 축하 리본도 걸쳤다

등 뒤에서 구르는 알밤 두 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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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표정으로 앞다투어 달려올까

발자국 소리에 실려 올 웃음소리

벗어 던진 신이 거실로 튕겨 들어와도

와락 품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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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일어나면 어쩌지

다가오지 않을 일에

태산이 걱정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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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 「알밤 가족」

어느 날, 가까이 있던 ‘알밤 가족’이 먼 바닷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함께했던 식사, 장식한 트리, 웃음소리—all 그 순간들이 너무도 선명하게 떠올랐다.이 시는 아이의 아이가 남기고 간 삐뚤한 이름표와, 멀어지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다가오지 않은 일을 먼저 걱정해버리는 나의 마음을 담고 있다.거리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질까 봐, 따뜻했던 장면들을 시 속에 오래 붙잡아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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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알밤 가족」에 어울리는 버전)

박서현은 낡은 감정에 온기를 불어넣고, 오늘의 풍경을 다정하게 기록하려 한다.아이의 말투, 식탁 위의 소리, 떠나는 이의 발자국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시가 된다.보낼 수밖에 없는 마음을 오래 붙잡는 일, 그녀는 그 시간을 ‘쓰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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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시는 '이별의 예보'가 일상에 어떤 균열을 일으키는지 내밀하게 추적한다. 이사 소식 하나에 "한쪽 날개가 주저앉는다"는 고백은, 상대가 단순한 지인이 아니라 화자의 삶을 지탱하던 정서적 축이었음을 방증한다. 특히 '아이의 아이'가 서툴게 그려낸 '비뚤 이름'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화자의 마음속에 선명한 무늬를 남긴다. 그 서툰 글씨체는 곧 화자가 붙잡고 싶은, 아직 여물지 않은 인연의 순수함이기도 하다.

화자는 다가올 상실의 시간을 '식사 초대'와 '트리 장식'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성탄적인 환대로 치환한다. 굴러오는 '알밤 두 톨'의 생동감 넘치는 소리는 곧 텅 비게 될 공간의 정막과 대비되며 슬픔의 농도를 짙게 만든다. 신발이 거실로 튕겨 들어올 만큼 격렬한 반가움 뒤에 숨은 "무슨 일 일어나면 어쩌지"라는 태산 같은 걱정은, 사실 떠나보낸 후 홀로 남겨질 자신을 향한 소리 없는 비명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시는 떠나는 이를 향한 축복이자, 멀어지는 온기를 문장이라는 그릇에 담아 식지 않게 하려는 작가만의 간절한 기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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