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 불빛/ 박서현
새벽이 실눈이었어
고드름 끌고 간 얼음판에
느티나무를 심었어
낡은 단추에 갈아 끼운 유심이 30촉, 60촉,(…)
점점 밝아졌어
흙으로 돌아간 사람들
마르기 전 손을 뻗었어
삼동마을이 쑥쑥 자라던 효자 김 씨
고솜한 웃음을 배꼽에 끼운 깨꽃, 어머니였어
뿌리가 뿌리를 내리고
푸른 잎마다, 그의 이름이 새겨졌어
이장은 섬김패에 박수를 걸어 주었어
햇살을 등에 진 그는
주검이 깃털로 뜯겨나갈 때마다
뿌연 유리창을 쓰다듬었지
밤이 폭죽을 쏘아 올렸어
‘사회공헌 봉사대상’
그는 고목이였어
다시 겨울이 와도, 그늘을 펼쳐나갈
작가 노트: '느티 불빛'을 쓰며 (초함축본)
'느티 불빛'은 공동체와 헌신에 대한 저의 시선입니다. 삶의 혹독함 속에서도 묵묵히 빛을 내는 존재들, 그 '느티 불빛' 같은 이들에게 경외심을 느꼈습니다.
느티나무처럼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작은 노력이 큰 빛이 되어 사랑과 연대의 불빛을 밝히는 이들. 그들의 이름은 뿌리 깊이 새겨져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 시는 '느티 불빛'과 같은 평범한 영웅들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겨울이 와도 제자리를 지킬 느티나무처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 덕분에 우리 삶은 풍요롭습니다. 이 시를 통해 독자들이 주변의 '느티 불빛'을 떠올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기를 바랍니다.
[에세이] 30촉의 헌신이 일구어낸 60촉의 연대, 「느티 불빛」
새벽이 간신히 실눈을 뜨는 혹독한 계절, 고드름이 끌려간 차가운 얼음판 위에 누군가 묵묵히 나무를 심습니다. 박서현 시인의 「느티 불빛」은 우리 공동체의 그늘을 자처하며 스스로 등불이 된 이들에게 바치는 뜨거운 헌사입니다. 시 속에서 헌신은 거창한 구호가 아닙니다. 낡은 옷의 단추를 갈아 끼우듯, 무너진 일상의 유심(IC칩)을 30촉에서 60촉으로 갈아 끼우며 서서히 주변을 밝히는 정직한 노동입니다.
이 시에서 주목할 점은 '흙으로 돌아간 사람들'과 '현재를 사는 이들'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입니다. 삼동마을의 효자 김 씨와 고소한 웃음을 배꼽에 끼운 어머니라는 존재는, 개인의 역사를 넘어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뿌리가 됩니다. 시인은 그들의 이름을 푸른 잎마다 새겨 넣으며, 죽음조차 깃털처럼 가볍게 털어내고 다시 나무로 환생하는 숭고한 생의 순환을 포착합니다.
'사회공헌 봉사대상'이라는 화려한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지만, 정작 주인공인 그는 화려한 무대 위 조명보다 뿌연 유리창을 쓰다듬는 고요한 손길에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스스로가 거대한 고목이 되어버린 존재입니다. 겨울이 와도 잎을 떨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그 헐벗은 가지로 더 넓은 그늘을 예비하며 다가올 봄의 연대를 준비합니다.
결국 「느티 불빛」은 우리 곁에 존재하는 '평범한 영웅'들에 대한 발견입니다. 누군가의 헌신이 뿌리가 되고, 그 뿌리가 서로의 손을 잡을 때 비로소 마을은 '삼동(三冬)'의 추위를 견디고 쑥쑥 자라납니다. 박서현 시인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이 고요한 빛의 연대기를 기록하며,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몇 촉의 느티 불빛이 타고 있느냐고. 이 시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다정한 응답이자, 세상을 지키는 모든 느티나무를 향한 깊은 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