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한 뿌리
볏짚 덧댄 지붕
앞마당에 감자 한 알 심었네
문고리 삐걱이는 작은 방 안
연두가 오글거렸지.
책 한 권씩 꺼내 소지 종이 올리며
달집에 소원 빌던 어머니
한 뿌리 그늘의 손금이
일곱 무늬를 지문마다 새겼네
아들 다섯
엄지는 손바닥에 굳어진 먹물 향으로 별자리 으깨었던 석천 서예가,
집게는 배움이 창백한 동생들에게 고추 씨앗으로 포자를 터트린 그 매운 부동산 석사
중지는 남달리 그렸던 숲 속 산딸기 잉걸불로 데려와 홍보석에 훈수를 둔 세계보석명인
약지는 똑딱이 시계추 떼어내고 주판알에 기름을 튕기며 허밍을 부르던 은행원
새끼는 바다의 물고기밥 될지라도 빚 한 짐 던져버린 엄니의 등대 항해사
꿈에서 엄니의 미소에 아이들 의사, 검사 얻었지
딸 둘
큰딸은 녹색의 피리 불었어 글자의 습지를 끌어안고 학사의 햇살을 담았어
돌림앓이 견딘 손 끝에서 줄 장미 가시로 글을 쓰는 시인인 작은딸까지.
오래 묵은 장난감 같은 방에서 일곱 손가락은 몸을 구기고
손끝은 시계 바늘이었어
삶의 실밥을 물고 모닝 커피를 끓였어
손톱 반달은
아이들 또 아이를 낳고 달에서 뻗어나는 푸른 줄기의 촉수들
형제봉 자락을 헤치며
감자 줄기에서
딸려 나온 튼실한 감자들
소지 불꽃 속 두 손의 기도
어머니의 깊은 그늘 하나
[에세이] 일곱 손가락의 성좌를 길러낸 어머니라는 거대한 뿌리
박서현 시인의 「그늘 한 뿌리」는 가난했지만 뜨거웠던 한 가족의 연대기이자, 자신의 몸을 녹여 일곱 줄기의 푸른 생명을 뻗어 올린 어머니를 향한 장엄한 기록입니다. 볏짚 지붕 아래 감자 한 알을 심듯 시작된 삶은, 문고리 삐걱이는 작은 방에서 일곱 빛깔의 '연두'로 오글거리며 자라났습니다. 그 좁은 방은 세상에서 가장 큰 꿈을 잉태한 자궁이었고, 어머니의 손금에 새겨진 일곱 무늬는 자식들의 운명을 지탱하는 지도가 되었습니다.
시인은 7남매의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손가락의 상징성에 절묘하게 투영합니다. 먹물 향으로 별자리를 수놓는 장남 서예가, 매운 고추 씨앗으로 동생들의 학업을 뒷바라지한 부동산 석사 형님, 보석 같은 예술혼을 틔운 명인, 정확한 수치로 삶을 조율하던 은행원, 그리고 거친 바다에서 어머니의 등대가 된 항해사 아들까지. 여기에 글자의 습지를 안고 학문의 길을 걷는 큰딸과 시심(詩心) 어린 줄장미 가시로 문장을 엮는 작은딸(시인 자신)에 이르기까지, 일곱 남매는 어머니라는 한 뿌리에서 뻗어 나와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꽃을 피워냈습니다.
어머니에게 자식은 소지(燒紙) 종이를 올리며 빌었던 간절한 기도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들 또 아이를 낳고 달에서 뻗어 나가는 푸른 줄기의 촉수들"이라는 표현은, 어머니의 희생이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대를 이어 흐르는 영원한 생명력임을 보여줍니다. 낡은 장난감 같은 방에서 몸을 구기고 잠들던 일곱 아이는 이제 형제봉 자락에서 캐낸 튼실한 감자들처럼 당당한 삶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시는 어머니의 '그늘'이 어둠이 아니라, 뜨거운 뙤약볕으로부터 자식들을 지켜준 가장 안온한 '보호막'이었음을 증명합니다. 잿더미 속에서 타오르는 소지 불꽃처럼, 어머니의 기도는 일곱 남매의 삶 속에 여전히 푸른 빛으로 살아 숨 쉽니다. 「그늘 한 뿌리」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거친 손마디에 바치는 가장 눈부신 헌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