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다리 숲
소금꽃 환영식은 장날이었어
서먹하던 단전이 풀리자
숲의 숨결은 단단해졌어
빈혈 앓던 눈짓들 위로
림프를 깨우는 숲이
기공체조로 흔들렸어
발차기
몸 비틀기 접시 돌리기는
선홍빛 배급소를 찾아가는 길
후식은 흠다리 복숭아
긁어낸 곰팡이 흉터 위로
단물이 번졌어
골다공 틈새에서
뜻밖의 단맛
흐린 나뭇가지 끝에 걸어둔
등불 하나 치유되고 있었어
흠다리 복숭아 같은 숨결이
새살을 밀어 올린다
[에세이] 흠집 난 생(生)의 흉터 위로 번지는 달콤한 치유, 「흠다리 숲」
박서현 시인의 「흠다리 숲」은 결핍과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흠'을 통해 생명의 단물을 길어 올리는 역설적인 치유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시의 서두를 여는 '소금꽃 환영식'은 땀방울이 맺힌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연의 환대입니다. 서먹하게 닫혀 있던 몸의 단전이 풀리고 숲의 숨결과 동기화되는 순간, 시인의 감각은 비로소 '단단한 숲'의 일부가 됩니다.
숲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빈혈을 앓듯 창백해진 현대인의 생명력을 깨우는 능동적인 주체로 등장합니다. 림프를 깨우고 기공체조로 흔들리는 숲의 움직임은 정적인 풍경을 넘어 생동하는 유기체의 몸짓입니다. 발차기와 몸 비틀기, 접시 돌리기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체조 동작들은 우리 몸속의 '선홍빛 배급소(혈액과 생명력)'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과 같습니다. 굳어 있던 관절과 근육 사이로 숲의 푸른 기운이 스며들 때, 비로소 우리 안의 생명 에너지는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시의 절정은 '흠다리 복숭아'라는 상징적 매개체에서 폭발합니다. '흠다리'라는 지명에서 연상되는 '흠집'은 인생의 고난과 흉터를 의미하지만, 시인은 그 곰팡이 흉터를 긁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가장 진한 '단물'을 발견합니다. 골다공증처럼 숭숭 구멍 난 삶의 틈새에서 뜻밖의 단맛을 경험하는 순간, 흐린 나뭇가지 끝에 걸어둔 희망의 등불은 비로소 치유의 빛을 발합니다. 이는 상처가 깊을수록 그 상처를 이겨내고 맺은 열매가 더 달콤하다는 생의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결국 「흠다리 숲」은 흉터마저도 향기로운 복숭아의 속살로 바꿔놓는 긍정의 서사입니다. 숲에서 내뱉는 날숨과 들숨은 이제 흠집투성이였던 과거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말갛고 단단한 새살을 밀어 올립니다. 박서현 시인은 흠다리 숲의 고요한 공명 속에서, 우리 모두의 일그러진 흉터 위에 따뜻한 복숭아 빛 위로를 정성스럽게 덧입혀줍니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 역시 자신의 아픈 틈새마다 숲이 건네는 달콤한 단물이 번져나가는 기분 좋은 치유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