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2026-03-13

서풍객-뱀을 부르는 도사

서풍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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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서 불어오는 핏줄이 붉게 포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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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침끝을 꽂는

바람의 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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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부르는 소문이

삼각산 머리 사이로 기어가고

충혈된 눈을 앞세운 시골 버스는

숨통 조여오던 뱀의 독을 실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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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 열매 속 은전 비칠 때

혀에 갇힌 하루하루의 발목과

무게로 매달린

자식들 하나 둘... 여덟

담너머 네모방까지

송곳니에 물린 몸들이 빗줄기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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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경막에 번지는 독소

웅크린 잎사귀가 뒹굴 때

휘파람으로 살모사를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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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머리 세로눈동자

구부러져 뒤엉키는 핏줄을

바로 눕히는 침술

새싹으로 올라온 침샘이

혀끝으로 독을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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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쌀 한 줌 마다

뱀을 부르는 도사는

가난의 피리를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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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난의 시대를 치유한 단소 소리, 범도리의 서풍객(徐風客)

밀양시 단장면 범도리, 굽이치는 산세 속에 자리 잡은 이 평온한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실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서풍객'이라 불리던 한 도사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그의 친손자를 만나 직접 인터뷰하며 듣게 된 서풍객의 본 모습은, 시 속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넘어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던 시절 민초들을 품었던 따뜻한 치유자의 모습이었다.

서풍객의 본래 성은 서(徐) 씨였다. '풍객(風客)'이라는 별칭은 그가 장날만 되면 장터 한구석에서 단소를 즐겨 불었기에, 사람들이 '풍류를 즐기는 과객'이라는 뜻으로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의 단소 소리는 단순히 흥을 돋우는 것을 넘어, 고단한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멜로디였다. 하지만 서풍객은 단순한 풍류객이 아니었다. 그는 가난의 독에 물려 신음하는 이들을 치유하는 진정한 도사였다.

당시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보리 고개를 넘기가 태산보다 높았고,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했다. 산으로 들로 일하러 나갔다 뱀에 물리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변변한 약도, 의사도 없던 시절, 뱀독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서풍객은 그런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의 치료법은 독특하고도 명확했다. 그는 환자를 보면 가장 먼저 "누가 물었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가해 뱀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환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 공포를 직시하게 하는 심리 치료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는 환자의 몸과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그 독사, 즉 "그 뱀"을 찾아냈다. 뱀의 종류를 확인한 뒤에야 그는 비로소 침술을 행했다. 그는 찾아낸 뱀의 독성에 맞춰 정확한 혈자리에 침을 놓고, 뱀독으로 인해 생긴 고름과 독소를 직접 빼냈다. 그의 손끝은 뱀의 독을 이용해 가난의 고통을 이겨내려 하는 역설적인 행위였다. 새싹처럼 올라온 침샘이 혀끝으로 독을 밀어 올리듯, 그는 치열한 생존 본능으로 가난의 고통을 이겨내려 했다.

보리쌀 한 줌을 얻기 위해 뱀을 부르는 도사는 결국 '가난의 피리'를 불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범도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멀리서도 서풍객의 의술을 믿고 찾아왔고,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들을 돌봤다. 그의 침끝은 뱀독뿐만 아니라, 가난으로 얼룩진 이들의 고통과 절망까지도 씻어내는 듯했다.

서풍객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인간애와, 생명에 대한 고귀한 헌신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범도리 산자락에 울려 퍼지던 그의 단소 소리는 비록 멈췄지만, 그가 남긴 치유의 숨결은 오늘도 우리 마음속에 은은한 캡슐처럼 남아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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