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2026-03-13

어둠의 터널 밖으로

어둠의 터널 밖으로

​

3분 만에 뒤집혔다.

​

"여기 왜 왔어? 네가 훔친 건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청소년 비행 전문 판사였다. 형광등은 내 손톱 밑 찌든 때까지 남김없이 드러냈다.

​

벽에 기댄 채 담배 연기가 몽글거릴 때, 문득 매점 떡볶이가 먹고 싶었던 먼 추억

​

레인보우 운동장에서 축구공이 흙먼지를 일으켰다. 말없이 밥 먹는 쉼터 식탁에서 숟가락을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 그가 심은 온기가 내 안을 데우고 있었다.

​

언젠가 내 심장도 초원의 야생마로 달릴 것이다.

​

천종호, 가끔 그 이름을 떠 올린다.

​

책을 읽고/ 독후감

​

[에세이]어둠의 터널을 지나, '아버지'의 이름으로 만난 빛

법정의 공기는 차가웠고 판결은 서슬 퍼런 칼날 같았습니다. 소년들은 그를 날카로운 판사로 기억하지만, 그 서늘한 판결문 이면에는 길을 잃은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부성애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소년원에서 만난 아이들의 뒤안길에는 대개 부서진 가정과 부모의 부재라는 시린 상처가 있었습니다. 거울처럼 부모의 아픔을 투영하며 방황하던 아이들에게, 그는 죄를 엄중히 묻는 판사이기에 앞서 무너진 삶을 지탱해 줄 든든한 ‘아버지’가 되어주었습니다.

​

그는 법정 밖에서도 아이들을 놓지 않았습니다. 사비를 털어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고, 어두운 골목에서 바른길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등불을 자처했습니다. 그 진심이 닿았을까요.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을 바른길로 인도해 준 그를 초대해 서툴게 라면을 끓여 대접하던 날, 그 냄비에서 피어오른 김은 세상 그 어떤 성찬보다 따뜻한 구원의 상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훔친 돈보다 소중한 ‘자신들의 시간’을 이제는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

이제 소년의 심장은 초원의 야생마처럼 달립니다. 부모의 잘못으로 찢긴 상처를 딛고, 판사님이 심어준 온기를 동력 삼아 눈부신 빛의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소박한 쉼터의 식탁, 인자한 미소의 '천 판사님'과 아이들이 둘러앉아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을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더 이상 어둠이 아닌, 수줍고도 진심 어린 감사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라면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김은 세상 그 어떤 성찬보다 따뜻한 구원의 상징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실제가 아닌 상상의 이미지입니다)

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