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2026-03-13

가을아, 오늘을 연주해 줘

가을아, 오늘을 연주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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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그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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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가을아

오늘이 뒤집어지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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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앞니로 기타줄 끊어 먹은

첫 음을 기억해

나뭇가지에 귀를 걸어 새총을 쏘았던 토끼 뒤에서

너구리는 발바닥으로 드럼을 쳤지

심벌즈를 모자처럼 뒤집어쓰고

발톱을 숨긴 건 딱따구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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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가을아

즐거운 소풍을 그려줘

아니야, 그건 난장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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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지로 편백이 뱉어내는 숨소리를

알록달록 합주로 그려 줘

호흡을 고른 호르니 하모니를 들려 줄테니

다람쥐 꼬리에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달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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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가을아

뒤집어진 오늘이

소풍을 연주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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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을, 그 찬란하고 유쾌한 '반전'의 연주

가을은 흔히 낙엽이 지고 만물이 침잠하는, 성숙하고 고요한 계절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시 '가을아, 오늘을 연주해 줘'는 그런 가을의 고정관념을 단숨에 깨버립니다. 시인의 붓끝은 가을에게 '오늘이 뒤집어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하며, 고요한 가을 숲을 상상할 수 없는 활기와 유쾌함이 넘치는 '난장판'의 연주회장으로 변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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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의 가을 숲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은 동물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합주를 펼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무대입니다. 다람쥐의 앞니는 기타 줄을 끊는 '첫 음'이 되고, 토끼는 나뭇가지에 귀를 걸어 새총을 쏘는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너구리는 발바닥으로 드럼을 치고, 딱따구리는 심벌즈를 모자처럼 뒤집어쓰고 박자를 맞춥니다. 이 얼마나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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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이러한 난장판 같은 즐거움을 '소풍'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곧 '그건 난장판이잖아'라며 스스로를 부정합니다. 이는 고정된 틀에 박힌 즐거움이 아닌, 형식을 파괴하고 경계를 허무는 '진정한 즐거움'에 대한 열망을 보여줍니다. 가을의 본모습은 고요함이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역동적이고 폭발적인 생명력에 있음을 시인은 포착해 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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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난장판 같은 합주는 편백나무의 숨소리라는 오선지 위에서 알록달록한 화음으로 승화됩니다. 호흡을 고른 호르니 하모니가 울려 퍼지고, 다람쥐의 꼬리에는 오케스트라 지휘봉이 달립니다. 가장 작고 소소한 존재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내는 거대한 하모니. 그것은 가을이 주는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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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아, 오늘을 연주해 줘'는 가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에 갇혀 있던 우리의 상상력을 뒤집고, 잠들어 있던 생명력을 일깨우는 강력한 '주문'입니다. 가을의 연주는 우리에게 '뒤집어진 오늘'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소풍을 경험하게 하며, 삶의 새로운 활력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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