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한 그루 글밭에 우뚝 섰다.
그늘을 좇아 모여든 날갯짓은
속눈썹을 깨우며 새벽을 밝힌다.
휘어진 숲은 붓끝을 벼리고
가지 끝 올라앉은 자음 모음이 여물어 갈 때
눈동자마다 빛이 스민다
진액이 차오르는
나이테 틈새로 무늬를 읽고
한 글자 두 글자
침묵의 잎을 틔우는 아침
어둠을 뚫고
글 뿌리에서 길어 올린 목소리들이
풀결 따라 찾아든다
경암의 품 안에 깃든 문우들
너른 마당에 피어날
메아리로
동인회의 하모니를 맞출 때
하나로 어우러진
바위산에서 글나무의 새날을 엮어간다